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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신기하게 딱딱 맞다.
이날 우도 선상낚시를 하기 위한 마지막 배가 오후 2시 였다.
그래서 우도에서 늦어도 오후 1시 배는 타고 나와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우도를 충분히 즐기면서도 배시간에 맞춰
큰 무리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대신 큰 대가를 치뤄야 했으니.. 바로 점심시간 패스..
선상낚시에서 물고기 잡아 회쳐 먹으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우도 선상낚시터로 이동하기 위한
배편에 몸을 실었다.
우도 선상낚시라고해서 배타고 낚시후 돌아오는 형태인줄 알았는데 큰 배가 이동하는 형태는 아니고,
선상낚시터로 사용되는 대형 배는 정박해 있는 상태에서 조그마한 배로 손님을 실어 나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도 선상낚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도가 아닌 성산항에서 표를 구매하고 이용해야 한다.
(할인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예약 필수)
아침에 성산항->우도를 갔다가 우도->성산항으로 오자마자 다시 성산항->우도 선상낚시터로 이동했다.
뭔가 코스로는 복잡해 보이는데 대부분 10분~20분 남짓 걸리는 터라 큰 부담은 없었다.
안내하시는 분께서 선상낚시터로 이동하는길에 간단한 낚시대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설명 해 주신다.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몇번 다녀온 경험이 있어선지 채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낚시를 처음 하는 경우에도 중간 중간 안내해주시는분이 계셔서 크게 어렵지 않게 셋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말도 안되게... 첫 물질에서 눈먼 광어가.. 그것도 3kg에 육박하는 큰녀석이.. 올라왔다.
처음엔 릴을 감아도 낚시줄이 올라오질 않아 돌덩이에 낚시줄이 걸리거나 옆팀과 줄이 엉켰는줄 알았는데..
뭔가 느낌이 다르다.
그.. 뭐라 표현하기 힘든 묘한.. 일명 "손맛"이 느껴지는데..
캬... 왜 낚시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수근수근 거리고 선상낚시 운영하시는 분은 기념사진촬영을 요청하고,
다른 팀들은 살포시 다가와 잠깐 사진만 찍어도 되겠냐고 광어를 "빌려"가는 재미난 상황도 발생했다.
원래 예상했던 수준의 손맛은 이정도 물고기였다.
3kg 짜리 자연산 광어가 있는데 이런 애들이 눈에 들어올리 없다.
모두 방생.
낚시 종료전 기념샷.
선상낚시 한 타임에 약 2시간 정도 낚시를 진행 할 수 있다.
보통 1시간 정도를 낚시하고 1시간 정도는 배에 있는 식당에서 잡은 물고기를 회쳐 먹거나
고기를 잡지 못한 팀들은 해물라면을 먹곤 했다.
배에서 바로 회를 칠지, 식당에서 제대로 먹을지 고민 하다가
시간에 쫓기면서 급하게 먹기 보다는
제주로 넘어가 식당에서 편하게 매운탕까지 풀코스로 먹기로 결정했다.
대어를 낚아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우도 선상낚시 역시 상당히 재밌는 제주 추억거리로 남아있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발생했다.
성산항 주변에 있는 아무 횟집을 들어가서 회를 쳐달라고 하면 초장값 정도로 가능할줄 알았는데..
성산항 주변에서 단 한곳의 횟집도 가져온 횟감은 손질이 불가능 하다고 한다.
단 한군데(성산일출봉 입구주변)에서 손질은 가능하나.. 초장값 3만5천원을 요구했다.
(이집.. 모듬회 소자 기준 가격이 4만원이었다.. -_-;;)
예상 밖의 일이었다. 부산에서 자란탓에 횟감만 가져가면 초장값에 회를 손질해주는 문화에 익숙했던 탓일까..
관광지다 보니.. 당연히 자신의 매장에 있는 고기를 파는게 맞긴 한데.. 뭔가 묘한 아쉬움이 남는달까..
여튼 선상낚시로 물고기를 잡게 된다면 가급적 배안에서 해결하는게 속편할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거..
새벽부터 일정이 시작되고 우도 반바퀴를 걸어 다녔다는거..
심지어 전날 저녁이 형편 없었다는거..
성산항 횟집을 찾다 포기한 시간이 대략 오후 5시..
결국 점심은 원치 않게 생략하는 결과가 생겨 버렸다.
배는 고프고, 원래 저녁 일정은 중문쪽에서 해결하기로 되어 있었고..
잡은 물고기를 어떻게 처리는 해야겠고.. 제주 여행중 가장 큰 멘붕이 온 시기였다.
겨우 정신줄을 붙잡고 일단 숙소가 있는 중문 방향으로 성산항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아름답던 제주 풍경을 마다하고, 주변에 횟집이 없나만 살파 보면서 남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인을 많났다.
도로를 내려 가던중 웬지 한적해 보이는 횟집이 하나 보이길래 사정을 설명 했더니 역시나 거절.
하지만..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말씀을 드리니..
결국 매운탕 포함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횟감을 손질해주시기로 하셨다.
하.. 살았다..
이제야 긴장이 조금 풀린다.
식당이 조금 외진곳에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는데, 올레코스 옆에 있어서 관광시즌에는 손님이 꽤나 찾는 맛집이란다.
단순히 회와 초장정도 생각했는데, 풀세팅을 해주신다.
밑반찬이 정갈하게 맛있다.
드디어 광어회가 나왔다.
이런 접시가.. 두접시 나왔다.
손질을 잘해 주셔서 그런지, 횟감이 싱싱해서 그런지 정말 맛있다.
원래 광어회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한데.. 쫄깃한 식감과 달달한 맛이 입안을 멤돈다.
확실히 서울에서 먹던 회맛과는 다르다.
배가 고파서 더 맛있게 느껴 졌을수도 있는데,
양이 워낙 많아 식당 사장님과 종업원분들과 파티를 벌였다.
그래.. 내가 원한 분위기는 이런거였다.
잡아온 물고기를 손질하고, 같이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뭔가 먼 친척을 찾아온 기분이랄까.
그래서.. 제주에 방문해서 주변을 지나게 된다면, 이 식당을 한번 방문해보는걸 추천하고 싶다.
적어도 관광객들 대상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식당은 아닌것 같았다.
아마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이렇게 명함을 올리기는 거의 처음이지 싶다.
어느정도 회를 먹고 나니 매운탕이 나왔다.
매운탕 맛도 기가 막히다.
딱 필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양념이다.
보통 매운탕거리는 살이 많이 나오지 않는데,
워낙 광어가 컸턴 탓에 발라먹을 살도 많이 나온다.
그릇에 가득담긴 뼈 크기를 보면 얼마나 큰 녀석인지 감이 온다.
무슨 갈빗대 뜯어먹는 기분이다.
다섯시 조금 넘어 식당을 방문 했는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천천히 먹다 보니 어느새 오후 7시가 다되어 간다.
일정이 조금 꼬이긴 했지만 새로운 경험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반전이 있는 2일차 일정이 된것 같다.
내 평생 언제 이런 대어를 다시 낚아보고, 또 이렇게 외지에서 기분좋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올까..
두둑한 배를 이끌고 2일차 숙소가 있는 중문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3일차는 제주의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해 서귀포쪽으로 숙소를 잡았다.
중문과도 가깝고 쇠소깍 쪽으로 이동하기도 편하다. 여행 계획을 잡을때 날씨에 따라 가변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숙소 위치는 대부분 교점이 있는 지역으로 정리했다.
선상낚시에서 생각지도 못한 월척 때문에 일정이 조금 틀어져서 당초 계획했던 이중섭 거리나 서귀포 시장 구경은 제대로 못했지만,
천지연폭포는 야간개장을 하고 있어서 잠시 소화도 시키고 산책겸 방문했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아쉽게 배터리 방전으로.. 사진은 촬영하지 못했다, 급히 배터리팩으로 충전)
서귀포 까지 왔으니 숙소 체크인 전에 주변에 있는 서귀포시장에 들러 통닭을 한마리 구매 했다.
유명한 시장통닭집이 몇군데 있는데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에게는 하효통닭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하효통닭은 일전에 한번 먹어봤고 이번엔 동생의 추천으로 한라통닭에서 마늘치킨을 주문했다.
어디가 더 낫다고 얘기하긴 힘들 정도로 둘 다 맛있는것 같다. (그렇다고 인생맛집 이런건 아니다. 그냥 시장통닭 느낌)
그리고 서귀포에 위치한 숙소도착.
스타렌트카를 통해 예약한 이린펜션 이란 곳인데 숙소가 깔끔한게 참 마음에 들었다.
중문쪽이나 서귀포쪽에 숙소를 잡는다면 추천할만한 펜션이다.
스타렌트카를 통해 예약 한다면 실내사진이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몇장 찍어봤다.
주변에 편의점도 가깝고 주유소도 바로 앞에 있어서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것 같다.
서귀포 쪽에 머문다면 추천할만한 이린 펜션인것 같다.
그리고 한라통닭 마늘치킨 개봉!!
양념소금과 치킨소스가 들어 있다.
뜨거울때 먹어야 더 맛있는데,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조금 식었다.
간단하게 치맥으로 2일차 제주 일정을 마무리 했다.
새벽부터 움직이니 하루가 길다.
맥주 한잔에 2일차 일정을 곱씹으며 3일차 일정을 점검하고 취침에 들어갔다.
왠지 제주에서는 잠을 자기가 아쉽다.
그래도 다음날을 위해서 숙면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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